안부만 묻습니다 나는 여기 없습니다 -이향아
페이지 정보
본문
00:00
/
00:00
볼륨 :
안부만 묻습니다, 나는 여기 없습니다- 이향아
나는 그저 그렇습니다
가신 뒤엔 자주자주 안개 밀리고
풀벌레 자욱하게 잠기기도 하면서
귀먹고 눈멀어 여기 잘 있습니다 .
나는 왜 목울음을 꽈리라도 불어서
풀리든지 맺히든지 말을 못하나 ..
흐르는 것은 절로 흐르게 두고
나 그냥 여기 있습니다 ..
염치가 없습니다 ..
드리고 싶은 말씀
재처럼 삭아 모두 없어지기 전에
편지라도 씁니다 ..
어김없이 해가 뜨고 날짜가 지나
그날이 언젠지 만나질까요 ..
그때까지 여전히
안녕히 계십시오 .
내 넋은 여기 없습니다
오랜 나무 삭정이에 걸어 두고 왔습니다
새로 핀 우듬지 엽록소 안창
먹고 죽을 비상처럼 숨겨 두었습니다
소망을 말할까요
아실 겁니다
나는 지금 껍데기만 앉아 있는 걸
바람 지나갈 때마다 물기 걷히고
있는 듯이 없는 듯이
나는 말라서혹시라도
발밑에 먼지 같은 씨알 하나
시늉으로 떨어져 숨이라도
쉰다면나는 여기 없습니다
용서하여 주십시오
추천
0
비추천
0
- 이전글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- 고정희 26.01.17
- 다음글 보고싶은 한 사람이 있습니다-김대규 26.01.17
